바르셀로나 과잉관광의 실태
바르셀로나가 과잉관광으로 인한 심각한 도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바르셀로나를 찾은 관광객 수는 무려 2,3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도시 인구 162만 명의 14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관광객들이 도시에 쏟아부은 돈은 127억 5천만 유로(약 18조 원)로, 도시 전체 수입의 15%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이익 이면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주거비 상승, 불안정한 일자리, 삶의 질 저하 등 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 문제가 심각한데, 바르셀로나 시장 자우메 콜보니(Jaume Collboni)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료는 68%, 주택 구입 비용은 38% 상승했습니다. 이는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단기 임대 숙박시설의 급증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물총 시위: 주민들의 절박한 외침
이러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라스 람블라스(Las Ramblas) 지구에서는 주민들이 물총을 들고 나와 관광객들에게 물을 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집에 가라!"를 외치며 진행된 이 시위는 유쾌하면서도 절박한 주민들의 심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위를 주도한 '탈성장을 위한 주민 모임'(ABDT)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부작용을 주민들이 직접 겪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관광 수입이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며, 주거비 상승, 불안정한 고용, 삶의 질 저하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시의 대응 전략
바르셀로나 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조치는 2028년 11월까지 에어비앤비 스타일의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1만 개 이상의 아파트가 장기 임대 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전 시장 아다 콜라우(Ada Colau)는 호텔 수용 인원 제한,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관광객용 아파트의 완전한 폐지와 추가 건설 금지 등 더욱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잉관광 문제의 국제적 양상
바르셀로나의 사례는 전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를 보여줍니다. 베니스, 암스테르담,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이들 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베니스는 도시 전체에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관광객들은 3유로에서 10유로 사이의 입장료를 내야 하며, 당일 여행객에게는 5유로의 입장료가 부과됩니다. 파리는 관광세를 3배 가까이 인상했고, 암스테르담은 신규 호텔 건설을 금지했습니다. 피렌체는 역사 지구 내 에어비앤비와 단기 임대에 대한 신규 허가를 중단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제언
과잉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책임있는 관광 파트너십(Responsible Tourism Partnership, 리스폰서블 투어리즘 파트너십)의 해롤드 굿윈(Harold Goodwin) 이사는 지방 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비수기 여행 장려
크루즈선 입항 수 제한
친환경 관광 촉진
관광객 분산을 위한 새로운 명소 개발
지역 주민을 위한 주거 정책 강화
바르셀로나의 사례는 관광 산업의 성장이 반드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관광객과 주민, 경제적 이익과 삶의 질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방문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동시에 도시의 문화적, 자연적 자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